1. 기본 정보 및 줄거리
타인의 삶은 2006년에 개봉한 영화로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가 감독을 맡아 연출하였다. 이 영화는 독일 민주 공화국(동독)의 비밀경찰 슈타지가 예술가들을 사하는 과정을 그린다. 주연배우로는 울리히 뮤에, 마르티나 게덱, 세바스티안 코흐가 출연했다. 감시와 자율, 예술에 대한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영화로써 개봉 당시 큰 찬사를 받았다.
영화는 동독의 악명 높은 슈타지 게르드 비슬러가 극작가 게오르그 드라이만과 연인 크리스타 마리아 질란트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비슬러는 드라이만의 다락방에 감청 장비를 설치하여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하는데, 드라이만이 감시당하는 이유가 그의 사상 때문이 아니라 문화부 장관이 크리스타를 가로채기 위해 부리고 있는 수작임을 알게 된다. 드라이만과 크리스타가 깊이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관의 압력에 의해 크리스타가 장관과의 관계를 유지하자 비슬러는 우연을 가장해 크리스타에게 그녀의 팬이며, 이미 위대한 예술가이니 당신이 아닌 행동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진정한 사랑, 그들의 예술성과 인간적 면모 등에 감화된 비슬러는 서독에서 가져온 타자기로 동독의 현실을 폭로하려는 드라이만을 체포하지 않고 오히려 숨겨주며 그를 보호한다. 크리스타가 장관과의 관계를 거부하자, 그 결과로 크리스타는 불법으로 약을 사는 현장이 적발되어 잡히고, 드라이만이 동독의 현실을 폭로한 기사를 썼다고 털어놓으며 타자기가 숨겨져 있는 곳을 알려준다. 드라이만의 집이 수색을 당하고, 크리스타가 타자기의 위치를 알려줬다는 것을 드라이만이 알게 되자, 죄책감에 뛰쳐나간 크리스타는 트럭에 뛰어들어 자살한다. 비슬러가 일부러 드라이만을 비호하여 작전을 방해했음을 알게 된 그루비츠는 그를 한직으로 보내버린다. 4년 넘게 편지 검열하는 일을 하던 비슬러는 베를린 장벽 붕괴 소식을 듣고는 떠난다. 독일이 통일된 후, 문화부 장관을 만난 드라이만은 자신이 도청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자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자신의 감시한 요원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보고했음을 알게 되고 비슬러를 찾아가지만 우편배달부로 일하고 있는 그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돌아선다. 2년 후, 비슬러는 서점에 들어가 드라이만의 소설 '선한 사람을 위한 소나타'를 펼치고, 'HGW/XX7,'에게 바칩니다.라는 문구를 발견한다. 책을 구매하려는 비슬러에게 선물로 포장할 것이냐 묻자, 비슬러는 '나를 위한 책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선물용이 아니라 자신이 볼 책이라는 것을 말함과 동시에, 이 책이 자신에게 바쳐진 책이라는 사실을 의미하는 중의적 표현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2. 흥행 및 수상
개봉 당시 한국에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였으나, 뛰어난 작품성으로 인해 높은 평점을 보유한 영화이다. 해외에서는 굉장한 호평을 받았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였으며, 영국 아카데미 바프타에서도 비영어 영화상을 수상하였다. 유럽 영화상에서도 최우수 영화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여러부문에서 수상하였으며 칸 영화제에서도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그 외에도 바바리아 영화상, 런던 영화상, 로카르노 영화제, 밴쿠버 영화제 등에서 수상하였다. 비슬러 역을 맡았던 배우 울리히 뮤에는 독일의 아카데미 상인 독일 영화상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4개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그 1년 후에 암으로 사망하였으니, 그의 유작이자 커리어 정점이 된 영화라 할 수 있다.
3. 메시지
영화 '타인의 삶'은 감시와 억압 속에서도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마치 비슬러와 함께 드라이만과 크리스타를 염탐하고 있는 것만 같이 느껴지는 초반의 연출은 관객이 비슬러와 함께 동화되도록 만든다. 피도 눈물도 없는 듯 보였던 비슬러가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억압적인 체제 속에서도 어떤 작은 계기로 인간성이 발현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비슬러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예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지도 함께 보여준다.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 자유와 창조에 대한 인간 본연의 열망을 보여주며, 이를 억압하는 체제와 감시의 굴레 속에서 오히려 더 빛을 발하는 예술의 역할과, 그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희생하는 인간성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표현하면서 감시 사회의 비극 속에서 피어난 희망을 제시하는 영화이다. 드라이만과 비슬러는 서로의 삶에 중요한 흔적을 남겼고 그렇게 타인의 삶에 피할 수 없는 의미가 된 각자의 삶은 그로써 충분히 의미가 있고도 남는다. 서로에게 준 선물을 간직하며 살아갈 두 인물의 삶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