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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12명의 성난 사람들, 줄거리와 관람 포인트 및 주제의식

by 잼나나 2024. 6. 22.

1. 영화 기본 정보 및 줄거리

시드니 루멧 감독의 1957년작, 시대를 통틀어 위대한 영화로 칭송받고 있는 영화 중 하나이다. 이 영화로 감독은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였다. 미국의 배심원 제도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겉보기에는 분명 유죄로 보이는 한 소년에 대한 격한 토론을 벌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인 소년에 대해 배심원 12명은 만장일치 합의로 소년의 유무죄를 가려, 그를 사형에 처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처음엔 11명의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소년을 유죄라고 결정짓는 가운데, 배심원 8 혼자서 소년의 무죄를 주장하며 나머지 사람들을 설득해 나간다. 

 

2. 관람 포인트

이 영화는 시각적 효과도, 스펙터클한 볼거리도 없다. 그러나 단순한 설정 속에서도 감정과 논리의 충돌로써 긴장감과 갈등을 그려내어 관객을 몰입시킨다. 감독은 96분이라는 시간 동안 지루할 새 없이 논리와 논리의 싸움, 논리와 비논리의 싸움, 편견과 이성적 판단의 싸움 등을 그려내며 각 배심원들의 감정 변화와 심리적 고뇌, 두뇌 싸움을 보여준다. 덕분에 관객은 현실감 넘치는 법정 심리극을 경험할 수 있게 되며, 동시에 인간 본성과 사회적 편견, 민주주의에 대해 감독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얻게 된다. 1번 배심원은 미식축구 코치 출신이자 배심원장이다. 규칙에 따라 논의를 이끌며 사안의 결론을 끌어내려 노력한다. 2번 배심원은 소심하고 온순한 은행원의 모습으로 초반에는 타인의 의견에 동조하다가, 소년이 무죄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자 적극적으로 소년의 무죄를 주장하는 모습으로 변모한다. 3번 배심원은 사업가로써 목소리가 크며 앞뒤가 막혀 자기주장을 고집하는 다혈질의 사나이. 아들과 싸운 본인의 경험으로 편견과 사심을 가진 채 배심원에 임하였다. 가장 마지막으로 소년을 무죄라고 인정한다. 4번 배심원은 주식브로커, 차가운 이성으로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이성적으로 소년의 유죄를 주장하였으나, 본인이 미처 보지 못한 증거를 보았을 때 자신이 그 부분까지 고려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무죄로 평결을 바꾼다. 5번 배심원은 응급요원은 빈민가 출신. 덕분에 3번 배심원은 그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기도 한다. 6번 배심원은 노인에 대한 공경심이 높은 자로써, 나이 많은 9번 배심원을 각별히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7번 배심원은 세일즈맨이며, 그저 평결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며 진지하지 못한 자세로 임한다. 8번 배심원은 꼼꼼한 성격의 건축가로서, 일견 분명해보이는 소년의 살인 혐의에 대해 차근차근 반박하며 모두가 '유죄'를 말할 때 '무죄'를 말하며, 종국에는 모두를 설득해 낸다. 9번 배심원은 현명한 노인으로써 처음으로 9번을 지지해냈다. 핵심 근거를 찾아내서 판세를 뒤집는데 기여한다. 10번 배심원은 정비소 주인으로 제대로 된 토론 매너를 갖추지 못하였다. 결국에는 모두에게 무시를 당한다. 11번 배심원은 유럽 출신 이민자로서 비록 가끔 말이 어색한 경우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토론에 임하는 자세를 갖추었다. 12번 배심원은 광고 카피라이터로 남의 말에 쉽게 휩쓸리는 우유부단함을 보여준다. 1~12번의 배심원은 직업부터 성격까지 각양각색이며, 직업들을 보면 다분히 미국적인 구성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모두 살아온 삶에 따라 편견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편견은 처음에는 객관성을 방해하고, 따라서 장면의 긴장감을 높인다. 영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심원들이 자신의 편견을 극복하고, 공정한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섬세하고 치열하게 그려낸다. 

3. 주제의식

배심원간의 의견 대립 과정은 민주주의의 중요성과 책임감을 보여준다. 만약 판결이 다수결에 의한 것으로 안일하게 '유죄'로 바로 마무리지어졌다면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공리주의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만장일치여야 하므로, 서로는 서로를 설득해야 했는데 사실 이 과정은 지난하고 지루할 수 있는 과정이다. 7번 배심원에게는 빨리 야구 경기를 보러 가야 하는데 빨리 유죄로 끝내버리고 싶은 판결에 자꾸 토를 다는 8번 배심원이 눈엣가시인데, 사실 민주주의의 과정, 정의를 향하는 과정, 진실을 향하는 과정은 이렇듯 지루하고 길며 피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과정을 거쳐, 죽기 일보 직전이었던 소년은 목숨을 구한다. 

이 과정에서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 8번 배심원처럼 여론에 휩쓸리지 않을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용기를 가진 사람도 필요하고, 4번 배심원처럼 본인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수정할 용기를 가진 사람도 필요하다.  공정한 사회적 의사결정이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편견을 버리고자 노력해야하고,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사고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려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 없이 휩쓸려버린다면 정의란 물 건너가버릴 것이라는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하는 영화다. 연기와 연출, 메시지 모두 훌륭하게 조화되어 명작의 반열에 오른 법정 드라마의 수준을 맛보고 싶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