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설의 재탄생 : 슬램덩크의 새로운 시작
20세기 일본 만화계 뿐 아니라 한국의 청춘들 마저 농구 붐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떤 전설적인 농구 만화 '슬램덩크' 그 슬램덩크가 극장 영화로 돌아온다는 말에 사실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하지만 감독이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라는 소식에 모든 우려는 기대로 바뀌었다. 슬램덩크 만화 전체의 클라이막스인 산왕전을 영상화한다는 것에 슬램덩크 팬 중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았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감독은 명작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관점'을 달리하여 새로운 연출과 스토리텔링을 선보였다. 이로써 관객은 '기존의 팬'과 '이번에 팬이 된 사람'으로 나뉘게 되었다.
2. 주인공의 변화 : 강백호에서 송태섭으로
가장 큰 변화는 만화책에서는 크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송태섭이 주인공이되었다는 점이다.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그의 가족사를 뼈대로 하여, 다른 멤버들의 과거까지 훑어주어 기존의 만화팬들에게 숨겨진 이야기를 깜짝 선물처럼 안겨주었다. 산왕전이 송태섭의 시각으로 그려지면서, 중간중간 플래시백으로 송태섭의 과거를 보여주어 그의 성장을 가능케 했던 형 송준섭의 존재를 함께 그려낸다. 그리고 형과의 과거는 다시 송태섭의 현재가 되어 눈 앞의 최강 산왕을 반드시 이겨야하는 그의 목표를 뚜렷하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주인공의 변화로 인해 다른 북산 멤버들의 비중이 줄어든 측면이 없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만화에서 이미 그려졌던 캐릭터에 대한 얘기로는 영화적 재미를 구현하기 힘들 것이었기 때문에 만화에서 다뤄지지 않은 이야기가 많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족사의 신파성이 약간 진부한 측면이 있기는 하나 당시 만화들을 떠올려보면 그정도 진부함은 그 당시 만화의 특색 중 하나로 봐도 무방하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했다.
3. 캡틴 송태섭
만화 슬램덩크는 첫 눈에 반한 소녀가 농구를 좋아하냐고 물어서, 대뜸 농구 좋아한다고 말하고 그 여자애에게 잘 보이려고 농구를 시작하는 한없이 가벼운 강백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장난스럽게 스스로를 농구 천재라 칭하던 농구 초보가 여러 난관을 거치며, 정말 천재일지도 모르는 재능을 발견하고 팀에 기여하면서 녹아들고 정말로 농구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내었다. 그에 비해 영화 슬램덩크 더 퍼스트의 주인공인 송태섭의 스토리는 비장하다. 송태섭은 자신과의 일대일 약속을 깨고 낚시를 하러가는 형에게 다시 돌아오지 말라고 소리치는데, 그것이 형과의 마지막이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워주던 형마저 죽고, 농구 잘하는 형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었던 송태섭은 싸움에 휘말리는 등 방황의 시기를 보내다가 큰 교통사고를 겪은 후 고향에 가서 형의 숨겨졌던 흔적을 찾는다. "최강 산왕에 이긴다" 라고 적힌 잡지를 못 송태섭은 이제 죽은 형이 이루지 못했던 꿈을 대신 이루어줘야하는 사명을 띄고 인터하이 산왕전에 임하게 된다.
신체적인 열위를 극복하면서 훌륭한 포인트가드로써 활약하는 송태섭의 모습은 감동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전형적인 스포츠 만화의 공식대로 진행되는데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송태섭의 활약은 단순히 그 스스로의 활약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큰 아들의 빈자리를 메워줄만큼 많이 자란 둘째 아들을 보며 그간 슬픔에 빠져 자식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했던 어머니로 하여금 새로운 삶의 의지를 다질 수 있게하는 원동력이 된다. 결국 송태섭은 본인의 방식으로 스스로와 팀과, 가족을 이끌어나간 캡틴이었던 것이다.
4. 역동적인 농구 액션과 연출
영화는 다채로운 농구 경기 장면으로 스포츠의 매력을 전해준다. 경기장에서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다양한 전술은 관객에게 진짜 농구경기를 보는 것 못지 않은 박진감을 선사한다. 만화를 애니메이션화 할 때 작화가 붕괴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번도 작화가 무너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캐릭터들의 신체 묘사가 뛰어났으며, 그 정확하게 그려진 신체비율을 바탕으로 한 움직임들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스포츠 정신부터, 스포츠 경기 묘사까지 뛰어나게 그려냄과 동시에 감독은 어떻게 하면 감정선을 자극할 수 있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영화의 팬이라면 누구나 알 명장면, 그 긴박한 순간에 감독은 어떤 긴장감 넘치는 음악 대신 관객의 심박수를 배경음악으로 택한다. 내 숨소리가 마치 선수들의 숨소리마냥 들릴만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운데 보이는 화면. 극강으로 터져나오는 환호를 위한 그 침묵은 어떻게 해야 클라이막스를 클라이막스로 만들수 있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연출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구팬이 아니어도, 슬램덩크 팬이 아니어도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결국 더퍼스트 슬램덩크는 누군가에게는 추억이거나, 누군가에게는 처음이었겠으나 그 누구인들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스포츠 만화의 정석이자 애니메이션 자체로도 세대를 아우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냥 한번쯤 보아도 후회없으리라고, 주변에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추억이 있다면 당연히! 처음이라고해도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