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베스트 오퍼 기본 정보
감독은 쥬세페 토르나토레, 시네마 천국의 감독이다. 음악 감독은 엔니오 모리꼬네. 이 두가지 정보만으로도 이 영화를 보기로 결정하는 사람이 있으리라 확신한다. 주연 배우로는 뮌헨과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유명한 제프리 러쉬, 실비아 획스,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출연하며 배두나의 남자친구로 한국에 알려진 짐 스터게스가 등장한다.
이상의 묘사로 보려고 마음먹었다면, 다른 정보를 그만 찾아보고 그냥 보는 것을 권한다. 이미 보았거나, 보지 않을 것인 사람만 아래 글로 넘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누군가에게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 않다.
2. 줄거리
자타공인 최고로 인정받는 경매사이자 예술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올드먼. 그는 60세가 넘는 나이에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지 않은 채 여자라고는 비밀 공간에 가득찬 여인의 초상화 밖에 없는 일중독자였다. 함께 일하는 친구 빌리에게 조차 곁을 내어주지 않는 단호하고 매정한 그에게 걸려온 의문의 전화 한 통.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이벳슨으로부터 감정의뢰를 받는다. 다툼과 갈등,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그녀에 대한 동질감, 연민이 점철되어 올드먼은 점점 그녀에게 빠져들고 급기야는 기계수리공 로버트에게 연애 조언을 구하기 까지 한다. 이벳슨을 실제로 본 후 더 강렬한 사랑에 빠진 올드먼, 이벳슨도 결국 그에 화답하며 수십 살의 나이차에도 불구 그 둘은 연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결국 올드먼은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자며, 자신의 비밀스런 공간까지 이벳슨에게 공개하는데, 여기서 관객이 느끼는 애매한 불안감은 현실이 된다.
올드먼이 마지막 경매를 마치고 돌아오자, 이벳슨도, 친구 빌리도, 로버트도, 비밀 공간의 초상화도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다. 모두 힘을 합쳐 만들어낸 '위작' 이자 '사기'에 놀아나버린 올드먼. 진품과 위작을 그렇게도 명확히 가려냈던 그가 사랑와 감정에 관한 한은 너무 서툴렀고 결국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되고 말았다. 그러나 올드먼은 이벳슨을 신고하지 못하고, 언젠가 이벳슨이 가보고 싶다고 말했던 나잇 앤 데이 카페에서 하염없이 그녀를 기다리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3. 반전의 반전
사실 노인의 늦은 첫사랑이 이렇게도 가혹한 결말을 맺는 것이 마음아프기는 하나, 영화 중반부부터 느껴지는 불안감은 결국 올드먼의 사랑이 화답받지 못한 것임을 예감하게 한다. 그렇게 예술품까지 탈탈 털려 모든 것을 잃게 되어버릴 것이라고까지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일단 조합부터가 너무나 부조화스럽지 않은가. 뒤통수를 맞는 반전이 그닥 놀랍지는 않았다.
오히려 진정한 반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벳슨을 신고하지 않고 나잇 앤 데이 카페에 가는 올드먼에 있었다. "위조 작품 속에는 항상 진품의 면모가 감추어져 있다."던 자신의 말대로, 자신에 대한 이벳슨의 거짓된 사랑 속에도 감추어진 진품의 면모가 있으리라 믿고, 하염없이 그녀를 기다리는 노인의 첫사랑이자 아마도 마지막 사랑. 다 알고도 사랑을 놓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오히려 내게는 더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4. 진정한 사랑의 조건
결국에 마주한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 거짓되었다해서, 그 대상에 대한 내 사랑이 거짓이 되는가. 상대가 내게 준 사랑이 거짓이었다해서, 내가 받은 사랑이 거짓이 되는가.
적어도 올드만은 두가지 질문 모두에 '아니'라고 답할 것 같다.
누군가의 눈에는 속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아집을 부리는 노인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올드먼의 눈빛이 말하는 것은 그 이상이었다고 생각한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노랫말도 있지만, 내가 내 감정에 충실했던 사랑은, 상대의 거짓을 알고도 끝낼 수 없는 사랑은, 거짓 안에 진품의 면모가 숨겨있다 믿고 남은 평생을 기다릴 수 있는 사랑은,진정한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결국 생애를 걸쳐 쌓아온 것들을 잃어버렸지만, 그의 베스트 오퍼는 여전히 베스트 오퍼일 것임을. 실낱같은 희망으로 기다림으로써 그간 잃어왔던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되찾았음을 나는 안다. 결국 그를 함부로 동정할 수 없는 나는 그저 조용히 올드만의 선택을 응원하며 그가 본 위조품 안에 정말 진품의 면모가 감춰져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