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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케빈에 대하여 - 줄거리 및 케빈과 에바의 입장

by 잼나나 2024. 6. 24.

1. 영화 기본 정보 및 줄거리

동일 제목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여 개봉한 2011년 린 램지 감독의 작품이다. 틸다 스윈튼과 에즈라 밀러가 열연하였다. 여행작가로서 자유로운 삶을 향유하던 에바는 축제에서 만난 프랭클린과의 잠자리에서 임신을 하게 되어 결혼한다. 원한 적 없었던 아이였던 데다가 아들 케빈이 유독 예민하고, 엄마인 에바에게 적대적인지라 에바는 아이에게 정을 주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과는 잘 지내면서 자신에게만 적대적인 케빈과의 관계를 개선하지 못한 채 둘째를 가진 에바는 순하고 애교 많은 둘째 실리아에게 애정을 쏟는다. 케빈이 실리아도 교묘히 괴롭히기 시작하자 이를 경계하는 에바와 케빈을 감싸는 프랭클린은 충돌한다. 케빈이 16세가 되면 이혼하기로 의논하는 부부의 대화를 들어버린 케빈은 16세 생일 직전 아버지와 동생을 아버지가 선물로 준 활로 쏘아 죽이고 학교 체육관에서 활로 학생들을 학살한 후 잡혀온다. 살인자의 어머니가 된 에바는 유족과 대중의 비난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나간다. 2년 후 성인 교도소로 이감될 케빈의 면회를 간 에바는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묻고 케빈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르겠다는 대답을 한다. 케빈을 끌어안아준 에바가 교도소에서 걸어 나가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2. 영화의 시선 - 에바의 입장

일단 영화가 에바의 시선으로 그려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학습되고 강요된 모성애를 벗어나보면, 사실 아이를 가졌을 때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다는 것이 대한 두려움, 말이 통하지 않는 여린 생명체를 돌볼 때 느껴지는 불안함, 이런 것들은 자연히 찾아오게 마련이다. 원치 않는 자식이었고, 그 전의 삶이 워낙 자유로웠다 보니 에바는 부정적인 측면을 훨씬 더 강하게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육아에 위로가 되는 게 '육아효능감', 자기가 좋은 엄마라는 자각인데 케빈은 에바에게 이걸 제공해 준 적도 거의 없다. 그러니 이 모자관계가 어떻게 긍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겠는가. 에바의 시선으로 그려지다 보니 케빈이 아주 어릴 적부터 마치 '에바를 일부러 괴롭히려는 의지를 가지고' 모든 행동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것이 사실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 수 없다. 사실 실리아의 기니피그를 죽인 게 정말 케빈이 맞는지, 실리아의 한쪽 눈을 멀게 한 것이 의도적인지에 대해서도 확증은 없다. 에바의 심증이 있을 뿐인데, 이미 에바는 케빈이 자신을 싫어하며 악한 존재라는 확증편향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상태임을 감안해야 한다. 

 

3. 케빈의 입장

하지만 에바의 입장에서 그려진 영화에서 봤을 때, 케빈이 제대로 된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큰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시끄러운 공사장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는 정도야 아기 울음에 노이로제 걸린 엄마라면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물론 아이 청각에 치명타일 것이므로 대부분의 엄마는 그런 장소를 피할 것이다.) 그 외에도 아이와 놀아주는 성의 없는 모습이라던가, 네가 없을 때가 더 좋았다는 말을 아이에게 한다던가 하는 것들은 에바가 좋은 양육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에바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 케빈의 '적대적인 행동'으로 정당성을 부여하려 하지만, 사실 그 행동이 정말 적대적인 행동이냐, 그리고 에바가 정말 할 만큼 했느냐에 대해서는 쉽게 에바 편을 들긴 힘들다. 

케빈이 엄마를 사랑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엄마를 사랑했어도, 증오했어도 그의 행동들이 해석 가능하기 때문이다. 엄마를 사랑했다면, 한 번도 같은 감정으로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케빈은 알았을 것이다.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두뇌회전이 빠른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랬던 엄마가 아빠와는 사랑을 나누고 있으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발동 걸릴 수 있는 일이다. 케빈이 아빠와 잘 지내는 것은, 아빠와 엄마를 이간할 수 있는 제일 쉬운 수단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탄생하면서부터 엄마의 사랑을 받는 것이 눈에 너무나 선명히 보이는 동생은 질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면, 자기는 더 이상 엄마와의 접점이 생기기 어렵다는 것을 직감한 케빈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둘이 갈라지게 둘 수 없다. 아빠와 동생을 죽여 엄마가 사랑할 대상을 없애고, 학우들을 죽여버린 행동으로 이제 엄마의 삶 속에서 절대 자신을 지워낼 수 없도록 멍에를 씌워버리는 것은 애정결핍의 아~~ 주 잘 못 된 발로라 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케빈이 엄마를 증오했다고 하면 설명은 더 간단하다. 에바가 생각했던 모든 심증이 맞아떨어지고, 자신의 삶을 다 바쳐 엄마에게 줄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을 주기로 선택한 결과인 것이다. 다만, 한국어로는 '케빈에 대하여'이지만, 원 제목은 'We need to talk about Kevin'이라는 점을 보면, 이 영화는 케빈에 대해서 그린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케빈에 대하여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 영화라는 것에 포인트를 좀 더 맞추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