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기본 정보 및 줄거리
2002년에 개봉한 미국의 드라마 영화로, 마이클 커닝햄의 동명소설 '세월'이 원작이다. 스티븐 달드리가 감독을 맡았으며, 니콜 키드먼, 줄리언 무어, 메릴 스트립이라는 쟁쟁한 여배우 세 명이 주연을 맡았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중심으로 하여, 1920년대, 1950년대, 2000년대라는 세 시점 속에서 세 여인의 삶 중 하루의 모습을 그려낸다.
영화 시작에서 누군가 강을 걸어 들어간다. 첫 번째 여인은 1920년대의 버지니아 울프로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하는 과정 중에 있다. 답답한 시골 생활을 벗어나 런던으로 향하겠다는 그녀에게 남편은 런던 생활이 그녀를 얼마나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었는지 되새기게 하여 설득해보려 하지만, 그녀가 자살할까봐 걱정되었다는 남편의 말에 자신 역시도 그것을 알고 있지만 맡서야 한다고 대답한다. 두 번째 여인은 1950년대의 로라 브라운으로, 가정 주부인 그녀가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있는 모습이 잡힌다. 주부로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공허함을 느끼는 그녀가 호텔에서 자살을 시도하나 다시 살기로 마음먹고 돌아오는데, 남편 댄은 행복한 가정에 감사하고 있을 뿐이다. 세 번째 여인은 클라리사 본으로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HIV로 고통받는 친구 리처드를 돌봐주고 있는 그녀를 리처드는 댈러웨이 부인이라고 부르곤 한다. 작가상을 탄 리처드는 이미 삶의 허무에 빠져 수상을 기뻐할 여력도 없다. 로라브라운의 아들이었던 리처드가 자살하고, 밤이 되어 도착한 로라 브라운은 사실 그 이후 호텔에서 본인이 자살하려던 사건 이후 가정을 버리고 떠났었음이 드러난다. 엄마의 부재로 큰 충격을 안은 채 살아왔던 리처드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로라는 아무 의미 없는 삶은 죽음과 같고, 자신이 떠난 것은 삶을 선택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오프닝 장면으로 되돌아간 영화는 버니지아가 강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으로 돌고 돌던 세 여인의 삶을 마무리 짓는다.
2. 흥행 및 수상
세 여인의 삶의 교차점으로 짜여 각각의 숨 막히는 하루를 그려낸 영화로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니콜 키드먼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으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니콜키드먼)을 수상하였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했으며, 주연 배우 3명 모두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평단의 극찬을 받은 것에 비해 흥행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하였다. 월드 박스오피스 1억 달러를 넘어 선 정도, 하지만 영화 제작비가 25백만 달러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수익은 나쁘지 않은 편이라 하겠다.
3. 세 여인이 던지는 메시지
첫 번째 여인 버지니아 울프는 창작의 고통과 삶의 무게를 견디며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정신적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용기를 상징한다. 동시에 누군가의 죽음이 있어야 다른 남아있는 사람들이 생명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는 말을 통해 죽음을 마주하기 전에는 삶의 소중함을 잊고 당연시하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작가인 그녀의 죽음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독자인 로라의 삶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여인인 로라브라운은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행복한 삶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적 기대와 개인의 욕망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며, 진정한 자아를 찾는 것에 대한 가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녀가 선택한 삶으로 인해, 그녀의 아들 리처드는 죽음을 맞이한다. 세 번째 여인 클라리사 본은 병에 걸린 옛 연인이자 친구 리처드를 돌보며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통해 사랑과 헌신의 가치를 전달한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모여 큰 의미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다시 한번 관객에게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그러던 그녀가 자신이 10여 년 간 돌보아 왔던 리처드의 자살을 눈앞으로 목격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명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